ICT/ICT Trends | Posted by HOMM 홈커뮤니케이션 2010. 9. 13. 12:52

곽경택 감독 "스마트폰 영화 촬영 시대 온다"


곽경택 감독 "스마트폰 영화 촬영 시대 온다"

이 남자에 대해 잘 알려진 것, 영화 <친구>와 <태풍>의 감독.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국내 최초로 디지털 편집을 도입하고 스마트폰만 3대나 쓰는 얼리어답터. 영화감독 곽경택 얘기다.

영화감독 곽경택 얘기야 따로 설명이 필요할까. "니가 가라. 하와이." 장동건의 명대사가 아직도 아른거리는 곽 감독의 지난 2001년 영화 <친구>는 관객 818만 명을 동원해 한국 영화사에 남을 흥행기록을 세웠다. 그가 찍은 딱 세 번째 영화였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를 묻고 싶었다. 얼리어답터 곽경택. 조금 어색해 보일까?
■ 스마트폰, 영화 제작 방식까지 바꿀 것
하지만 그의 책상을 보면 이런 표현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온통 최신 기기 판이다. 스마트폰도 그새 바꿨다. 지난 4월 인터뷰 당시에는 아이폰 3GS와 T옴니아Ⅱ 2개를 썼는데 요즘 많이 쓰는 안드로이드 쪽도 궁금했는지 갤럭시S를 사용 중이다. 원래 최신 기술이나 제품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냐고 물으니 불쑥 미국 유학 시절 얘기부터 꺼낸다.


"미국 유학시절만 해도 필름으로 찍고 필름으로 편집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졸업할 때쯤 아비드라는 디지털 편집 기술이 나왔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간단한 조작만으로 원하는 장면을 편집할 수 있으니 말이죠."

이후 곽 감독은 1997년 데뷔작인 <억수탕>부터 디지털 편집을 도입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관련 기술을 먼저 도입해 써보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냥 휴대폰 시절 영화 <똥개>를 찍으면서 일찌감치 이런 모바일 기술을 영화에 접목해왔다. 당시 갓 선보인 카메라 달린 휴대폰을 촬영장에 가져와 그림 대신 사진 콘티를 진행했다. 보통 콘티는 그림으로 그리지만 그는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 그림 대신 적당한 대역이나 스태프를 현장에 데리고 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콘티로 삼은 것이다.

찍은 사진은 PC로 옮겨서 필름 사이즈로 구도를 맞췄다. 휴대폰 사진이 콘티를 대신한 순간이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건 효율을 높여 다른 창조적 기회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디지털 편집 기술을 접하곤 단번에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영화 <친구>를 촬영할 땐 컨테이너를 이용한 이동형 디지털 편집실을 썼어요. 하지만 지금은 노트북 한 대로 웬만한 작업은 처리할 수 있게 됐죠."

그는 디지털 편집을 가장 먼저 도입한 만큼 누구보다 장점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해서 곧바로 편집한 다음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고려하냐고. "당연하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겁니다. PDA 시절부터 휴대용 디지털 기기를 써왔지만 요즘 스마트폰은 도깨비 방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HD 촬영도 가능하다고 했더니 그건 몰랐던 모양이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직원에게 HD 촬영 가능한 스마트폰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보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영화 촬영할 때 중요한 건 스크린 크기죠.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화질 떨어지면 곤란하겠죠?" 이 양반 진짜 스마트폰으로 영화 찍어볼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직원이 금새 들어와 지금은 720p 화질로 촬영 가능하지만 연말에는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HD 화질로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말에 곽 감독 눈동자가 번뜩인다.

■ 피터 잭슨은 위성, 난 스마트폰
“요즘 스마트폰은 동영상 찍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는데 영화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도입된 적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찍은 피터 잭슨 감독이 여러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위성을 통해 받아보고 최종 사인을 내기도 했어요.”

그는 스마트폰이나 무선인터넷 환경이 영화 제작 방식이나 관람객과 만나는 방식 자체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캐스팅이나 줄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개봉 전에도 그날그날 편집한 것처럼 거의 실시간으로 영화가 어떻게 찍힐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환경도 언젠가 올 것으로 믿는다.

<반지의 제왕>처럼 덩치가 큰 영화일수록 유닛 단위 촬영 기법 역시 더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메인 감독은 하나지만 동떨어진 여러 장소에서 서로 다른 영상을 찍어 감독에게 실시간으로 보내면 오케이 사인을 주는 식이 되어야 한다. 차이가 있다면 피터 잭슨이야 위성을 썼지만 우리 환경에선 그럴 돈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 되고 스마트폰 있으면 가능한 일이니 곽 감독은 당장 영화 촬영에 이런 방식을 도입할 생각이다.

“저라고 못할 것 있겠습니까? 피터 잭슨 감독은 값비싼 위성 시스템을 썼지만 요즘엔 그냥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곧바로 보내면 되죠. 요즘엔 무제한 데이터도 제공되고 있으니까 부담도 줄고. 다음 작품에 곧바로 적용해볼 요량입니다.”

실제로 미국 새크라멘토 USC 영화학교 재학생인 안나 제임스와 마이클 커브는 스마트폰으로 '애플 오브 마이 아이(Apple of My Eye)'라는 1분 28초짜리 단편 영화를 제작한 사례도 있다. 이 작품은 촬영과 편집,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업로드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해결했다.

최근 SK텔레콤이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국내 이동통신사는 요즘 앞다퉈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개선 중이다.

“영화인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기회나 위기가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것도 마찬가지죠. 얼마나 창조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겠죠. CNN이 성공한 이유도 기자들이 전쟁터에서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생생한 느낌을 안방에 전달했기 때문이에요. 작품 성격에 따라 스마트폰으로만 찍은 영화가 충분히 나올 겁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스마트폰으로 계속 영상을 찍어보더니 이것저것 아쉬운 것도 생긴 모양이다.

"영화 감독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은 없나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하는데 영화에서 쓰는 화면 비율 맞추는 게 어렵네요. 종이 잘라서 스마트폰에 붙여야 할 판이에요. 그런데 자꾸 이러면 우리 촬영감독이 싫어하는데 뭐 좋은 것 없을라나."

영화 빼고 스마트폰 얘기좀 하자고 만났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결국 하긴 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찍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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